제 목 벤처기업의 옥석가리기
작성자 이두열 작성일 2015-04-28
 

공인회계사 이두열

“빌 게이츠라도 한국에선 성공하기 힘들다”. 얼마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벤처기업인인 안철수씨가 국내의 소프트웨어산업 환경을 나무라면서 자사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다. 요지인 즉, 무조건적인 원가절감풍토가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벤처기업의 의지를 꺽고 있으며, 무분별한 벤처기업지원이 시장교란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편안한 길을 마다하고 험한 벤처의 길을 일부러 찾은 몇 안되는 정직한 벤처인으로 꼽히고 있는 그 인지라 한마디 한마디에 충정이 실려있는 것 같다. 당연히 우리는 이 글의 요지를 벤처기업정책의 지혜로 삼아야 한다.



정부의 벤처기업진흥이 눈앞에 있다. 그러면서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옥석을 가려 벤처기업을 지원하여야 한다고들 한다. 벤처기업지원을 목전에 두고, 가장 큰 과제로 여겨지고 있는 벤처기업의 옥석가리기는 그간 말로만 횡행했을 뿐 구체적인 제안이 없어 안타깝다. 그간 벤처업계에 몸을 담은 일원으로서 옥석가리기에 관하여 꼭 당부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첫째, 누가 벤처기업의 옥석을 가려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벤처기업투자자는 물론이고 벤처기업을 여러가지로 지원하는 정부도 벤처기업옥석을 가려야 한다. 그런데 벤처기업투자자는 개별기업의 옥석을 가리면 되나 정부는 전체 벤처기업의 옥석을 가려야 한다. 수만개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의 옥석가리기는 당연히 벤처기업의 형식과 요건에 치우칠 수 밖에 없고 그 결과 실질 내용과 부합되지 않는 벤처기업 때문에 정부는 매를 맞게 되어 있다. 이에 반하여 개별기업의 투자자는 기업의 실질 내용을 헤아려 옥석을 가리고자 한다. 따라서 정부의 벤처기업지원은 투자자를 통한 간접지원이 되어야 하고 투자자들의 옥석가리기를 촉구할 필요가 있다.



둘째, 벤처기업의 옥석가리기는 벤처기업경영자가 먼저 해야 한다. 벤처기업경영자를 만나보면 뜻밖에도 제품의 시장상황이나 판로, 법적 규제상황 등을 전혀 모르고 있거나 자만감에 빠져 타 경영분야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자금조달계획이 없이 자금사용계획만 있고, 관련된 인원이나 비용에 대한 고려도 없이 판매계획이나 기술개발계획만 난무한다. 한마디로 사업을 수행하면서 필요한 사업전략이나 계획은 물론 지식이나 정보조차도 부족하다. 어떤 경영자는 사업을 수행하면서 자신의 창업이 얼마나 무모했는지 뒤늦게 깨닫고 후배들의 창업이 신중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한다. 따라서 정부의 벤처기업지원의 한축은 벤처기업경영자에 대한 교육이 되어야 하는데, 지식이나 정보의 전달교육에만 치우칠 것이 아니라 전략이나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방법 등을 실전처럼 체득하도록 교육하였으면 한다. 사업계획서를 실제 상황에 따라 시뮬레이션해 보면 좋은 교육방법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셋째, 벤처기업의 옥석가리기에는 반드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함을 인지하였으면 한다. 당해 벤처기업을 방문해 경영자와 임직원의 의욕이나 기업윤리, 기업문화를 느끼면서, 제품개발능력이나 서비스의 수행능력을 현장에서 반드시 확인하여야 한다. 또한 미래의 사업전망을 심도있게 연구하여 옥석을 가려야 함은 물론 기업과 충분히 의논하여 기업들 스스로 깨닫게도 하여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어느 누구도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예산집행과 정책홍보만을 고려하지 개별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결과는 인원이나 예산 때문에 깊이 고려하지 않는 듯 하고, 투자자는 인기있는 종목에만 몰려 투자의 성공만을 요행할 뿐, 필요한 노력이나 시간, 비용을 전혀 투입하려고 하질 않는다. 경험상 최소 5년을 기다려야 하는 벤처기업투자를 위하여 방문하는 일자는 길어야 2~3일이고, 검토하는 기간은 길어야 한두달이다. 적게는 수억에서 많게는 수십억에 이르는 벤처기업투자에 비하여 투자금의 몇 %도 안되는 실사 및 사후관리비용을 아깝게만 생각한다. 즉, 투자를 하면서 투자를 하지 않는 모순이 발생한다. 이러니 심사받는 벤처기업들조차도 졸속심사라고 생각하게 되고, 탈락시 심사결과에 불만을 갖게 된다. 경험으로 보면 투자전 최소한 6개월의 집중적인 검토기간과 검토프로그램에 따른 확인이 필요하고 투자후에도 투자금액의 최소한 몇 %는 사후관리비용으로 매년 지출하여야 한다. 엄격한 사전심사와 더불어 꾸준한 사후관리가 벤처기업의 도덕적해이를 방지하며, 벤처기업성공율을 증대시키며 실패비용을 절감한다는데 이의를 달 사람이 있을까 싶다. 참고로 사전 및 사후관리를 경험이 많은 연령층에서 심도있게 시행하면, 그만큼 투자성공율도 높이고 국가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명퇴자 실업문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 아닌가 싶다.



넷째, 벤처기업의 옥석을 가리려면, 회계감사보고서와 사업계획서는 기본이 되어야 한다.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사업시행초기라는 이유로, 미래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로, 또는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회계감사가 생략되거나 사업계획서작성을 게을리해서는 아니 된다. 회계감사보고서는 기업의 재무상태와 실적을 보여주므로 기업의 현실적인 한계를 확인해줄 뿐 아니라 나아가 기업의 투명성을 제고한다. 사업계획서는 기업목표를 달성하는 여러가지 수단을 기록한 것인데,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시장상황이나 사업전개에 필요한 정보들을 알게 되고 대비하므로 성공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비용절감을 가능케도 한다. 회계감사보고서와 사업계획서를 생략할 경우 우리나라에서 뿌리깊은 담보위주 대출관행을 타파할 수 없으며, 소위 주먹구구식 경영이 되고 투자유치가 자칫 모럴헤저드가 되므로 기업들은 이들 보고서 작성비용들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투자자나 정부도 벤처기업의 이 같은 비용지출을 기업유지를 위한 최소비용으로 인식하고 당연시 하여야 한다. 물론 사업계획서와 감사보고서는 투자후에도 계속 작성되어야 한다.







다섯째, 당연한 얘기지만 투자가 이행되기 전에 피투자기업이 제안한 재무제표나 사업계획서의 내용이 사실인지 현장을 찾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것을 실사(Due Diligence)라 하는데 투자자나 피투자기업에게 정당한 권리이자 의무이다. 벤처기업실사를 제대로 이행하면 당해 투자의사결정에 필요한 자료나 정보를 획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피투자기업으로 하여금 유치자금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고 회계투명성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며 합리적인 경영계획서 작성을 촉구한다. 종래에는 투자심사시 회사가 제시한 재무제표에 주로 의존했다. 이들 재무제표는 여러 종류의 이해관계자를 동시에 대변해야 하고 기업의 주관적인 경영정책과 회계규정을 반영하여야 하므로 특정 투자와 관계없이 작성된다. 반면 실사보고서는 투자자의 이해만을 위하여 실시하는 것이므로 정보가치가 매우 높다. 예를 들면 기업의 성장성, 경영자 급여, 임직원 사기, 경영자 경력, 부채의 상환예정일, 보유자산의 현금화가능성, 거래처현황 등은 재무제표상 별도로 구분표시되지 아니하나 투자자에게는 실사시 파악하여야 할 중요한 정보들이다. 따라서 이 같은 실사를 소홀히 하면서 투자의 성공을 기대하는 것은 마치 공부도 안하고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것과 다름없다. 한편, 벤처기업들 중에는 실사를 꺼려하는 기업이 종종 있는데, 실사가 필요한 반증이기도 하다. 실사를 제대로 하려면 기업경영, 회계지식, 기술과 투자업종에 관한 충분한 경험과 지식이 필요한데, 몇몇 투자기관들이 비용을 이유로 전문가들의 영역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풍조가 있어 안타깝다. 과거에 행하여진 일부 사례를 보면 전문가 실사 후 투자의견, 투자조건이나 투자단가가 바뀐 사례가 많았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벤처기업의 옥석가리기는 결코 쉽지 않다. 사기꾼이 아닌 한 누구나 기업을 경영할 때는 자기 기업의 비젼을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벤처기업의 옥석가리기를 제대로 이행하려면 경영자가 믿는 비젼이 과연 합리적으로 성취할 수 있는 것인지, 비젼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은 준비되어 있는지, 미래의 불확실성이 지나치게 크지 아니한지 등을 경영자와의 대화를 통하여 차근차근 점검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혹시 편견이 있다면 대화를 통하여 풀어야 하므로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으나, 옥석가리기는 포기하기에는 장점이 매우 중요하다. 경영자로 하여금 구체적인 사업목표를 설정하게 하고, 합리적으로 사고하도록 하며, 장기적인 경영계획과 투명경영 등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이익창출을 위하여는 기술개발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느끼게 하며, 나아가 자신없는 사업은 일찍 접도록 유인하기도 한다. 또한 투자자로 하여금 투자이익에 대한 과다망상을 포기하게 하고 투자결과 책임소재에 관한 분쟁을 극소화하기도 한다. 물론 벤처기업의 종업원이나 거래처들도 기업을 신뢰하게 되므로 업무효율이 증대되는 등 여러 이득이 발생한다.



곧 벤처기업의 패자부활제가 시행된다. 벤처기업협회가 도덕성을 일차로 평가하고, 기술보증기관이 기술력과 사업성을 2차로 평가한다. 반드시 옥석을 가려 종래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하며, 제대로 된 벤처기업들이 우리 경제의 주축으로 자라도록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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